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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규어가 살아있다

1화: 5만 원짜리 피규어

고블린이 내 뒤통수에 돌을 던졌다.

정확히는, 주먹만 한 바위 조각.

"씨—"

몸을 옆으로 굴렸다. 바위가 방금까지 내 머리가 있던 벽에 부딪히며 쪼개졌다. 파편이 볼을 스쳤다.

따갑다. 피가 난다.

뒤를 돌아보니 녹색 피부의 고블린 세 마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키는 내 허리 정도. 손에 든 건 돌멩이와 나뭇가지.

E급 게이트. 최하위 난이도. 나오는 몬스터도 최하위.

근데 그 최하위한테 쫓기고 있다.

이게 E급 헌터의 현실이다.

"하아, 하아—"

숨이 찼다. 게이트에 들어온 지 한 시간. 고블린을 네 마리 잡았고, 남은 건 저 세 마리. 문제는 체력이 바닥이라는 거다.

월급이 이백인데 목숨을 걸어야 하나, 진심으로.

고블린 한 마리가 돌멩이를 들어 올렸다. 나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줬다. 검이라고 해봐야 헌관국에서 E급 헌터에게 지급하는 보급형 단검이다. 칼날이 손가락 세 개 폭. 고블린 잡기엔 충분하지만, 세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기엔 좀.

아니, 솔직히 많이 부족하다.

"크르르르!"

가운데 놈이 달려왔다.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각도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 피했다. 바로 옆에서 두 번째 놈이 돌을 던졌다. 어깨를 스쳤다. 아프다.

세 번째 놈이 뒤로 돌아가려 했다. 포위하려는 거다.

고블린 주제에 전술을 쓴다고?

아니, 이건 전술이 아니라 본능이다. 약한 놈은 에워싸서 잡는 게 자연의 법칙이니까.

그리고 지금 약한 놈은 나다.

몸을 낮추고 가운데 놈의 다리를 벴다. 단검이 녹색 피부를 갈랐다. 고블린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바로 뒤를 돌아 돌 던지는 놈의 손목을 노렸다. 빗나갔다. 대신 옆구리에 칼이 박혔다.

"끼에에엑!"

두 마리.

마지막 한 마리가 뒤에서 나뭇가지를 내리쳤다. 등에 맞았다. 충격에 앞으로 쏠리면서 손을 짚었다. 단검을 놓칠 뻔했다.

이를 악물었다. 몸을 돌려 찔렀다. 단검이 고블린의 가슴에 꽂혔다.

"......끝."

고블린이 마나 입자로 흩어지면서 작은 마석 하나를 떨어뜨렸다. 새끼손톱만 한 크기. E급 마석.

시세가 개당 3천 원이다.

일곱 마리 잡았으니 2만 1천 원. 거기서 게이트 입장 수수료 5천 원 빼면 1만 6천 원. 시간당으로 치면 편의점 알바보다 못하다.

게이트가 빛을 내며 닫히기 시작했다. 출구가 열린다는 신호. 나는 마석을 주머니에 쓸어 담으며 밖으로 나왔다.

서울 외곽. 게이트가 있던 자리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E급 게이트는 인기가 없다. 수익이 안 되니까.

그런 곳을 매일 도는 게 나, 강도윤의 하루다.

26살. 각성한 지 2년. E급 헌터. 주특기는 없고, 스킬도 없고, 소속 길드도 없다.

있는 거라곤 여동생 하나, 월세 밀린 원룸 하나, 그리고—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봉태수한테 카톡이 와 있었다.

[봉태수: 야 오늘 물건 들어왔는데 한번 와봐. 네 취향일 수도]

—피규어 하나 사는 게 유일한 낙인 인생.

봉스컬렉션.

간판부터 B급인 이 가게는 서울 변두리 상가 2층에 있다. 엘리베이터도 없다. 계단을 올라가면 피규어와 프라모델이 천장까지 쌓인 3평짜리 공간이 나온다.

주인은 봉태수. 대학 동기. 나보다 한 살 위. 각성 못 한 게 인생 최대의 한이지만, 대신 피규어 감별안만큼은 업계 탑이라고 자부하는 남자.

"왔어?"

태수가 카운터 뒤에서 고개를 들었다. 스마트폰 두 대를 동시에 보고 있었다. 하나는 중고거래 앱, 하나는 헌터 아이템 시세 사이트.

"뭐가 들어왔는데."

"아, 그거. 위탁인데 좀 이상한 게 있어."

태수가 카운터 아래를 뒤적이더니 작은 상자를 꺼냈다. 뽁뽁이로 대충 싼 포장. 상자를 열자 안에 스펀지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작은 피규어가 하나 놓여 있었다.

3cm.

은발의 기사.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도색이. 이상하다.

아니, 이상한 게 아니라 비상식적이다.

3cm짜리 피규어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구분된다. 갑옷의 장식 하나하나에 음영이 들어가 있다. 허리에 찬 검의 칼자루에 새겨진 문양은—이건 뭐지? 본 적 없는 문자다.

"이 디테일은 미쳤는데?"

내 입에서 자동으로 나왔다. 피규어 얘기만 나오면 말이 빨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

순간, 손끝이 떨렸다.

미세하게.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상한 감각이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손끝에서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아니면 피규어 자체가 아주 약한 열을 내고 있는 것 같은.

"...어?"

"왜? 맘에 들어?"

태수의 말에 정신이 돌아왔다. 손끝의 떨림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착각인가.

피규어를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은발. 눈은 감겨 있다. 눈을 감고 있는 기사의 표정이 묘하게 위엄 있다. 잠든 건지, 명상 중인 건지.

3cm짜리가 위엄이라니. 웃기긴 한데, 진짜로 그렇게 보였다.

"이거 어디서 나온 거야?"

"위탁이야. 누군지는 모르겠어. 택배로 왔는데 발신인도 없고, 메모 하나에 '판매 위탁합니다'만 적혀 있었어."

"그걸 그냥 받아?"

"5만 원짜리인데 뭘." 태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솔직히 이상하긴 해. 이 퀄리티에 5만 원이라니. 어디 브랜드 제품도 아니고, 원형사가 만든 원오프라고 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작고. 뭔지 모르겠어서 네한테 먼저 보여주는 거야."

원오프. 원형사가 하나만 만든 유일품. 만약 그거라면 5만 원이 아니라 50만 원도 싸다.

하지만 3cm짜리 원오프는 들어본 적 없다. 이 스케일에 이 디테일을 넣으려면 대체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 거지?

나는 피규어를 이리저리 돌려봤다. 뒷면도 완벽했다. 갑옷 등판의 조형, 망토의 주름, 부츠의 솔기까지. 빈틈이 없다.

이건 사람이 만든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무니없는 생각이었지만, 피규어를 열다섯 살 때부터 모아온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살게."

지갑을 꺼냈다. 오늘 번 1만 6천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7만 2천 원. 여기서 5만 원을 쓰면 2만 2천 원이 남는다.

내일 게이트 세 개를 더 돌면 된다.

"카드 되지?"

"현금이면 깎아줄 수 있는데."

"없어."

"...카드 되지."

결제 완료. 5만 원. 수아한테 들키면 또 잔소리 듣겠지. '오빠 또 피규어야? 밥은? 공과금은?' 하면서.

미안, 수아야. 오빠가 이건 참을 수가 없었어.

피규어를 뽁뽁이에 다시 싸서 가방에 넣었다. 태수가 뒤에서 "조심해서 가! 그거 위탁이라 교환 환불 안 돼!" 하고 소리쳤다.

집에 돌아온 건 저녁 8시.

수아는 아르바이트 중이라 집에 없었다. 식탁에 밥이 담긴 보온 도시락과 메모가 놓여 있었다.

[찌개 데워먹어. 또 라면 먹지 마.]

웃음이 나왔다. 툴툴대면서 챙기는 건 또 챙긴다.

밥을 먹고 씻은 뒤, 내 방으로 들어갔다.

6평짜리 방. 침대 하나, 책상 하나, 그리고 벽 한 면을 차지하는 피규어 선반.

86개.

전부 중고로 모은 것들이다. 비싼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하나하나 내가 골라서, 상태 확인하고, 먼지 닦아서, 자리를 잡아준 것들이다.

선반 가운데에 빈 공간이 있었다. 언젠가 정말 마음에 드는 피규어를 놓으려고 비워둔 자리.

오늘 그 자리가 찼다.

가방에서 피규어를 꺼내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었다. 3cm의 은발 기사가 형광등 아래에서 빛났다.

이 조명에서 봐도 도색이 살아 있다.

"야, 진짜 미쳤다."

혼잣말이 나왔다. 피규어를 선반 한가운데에 올려놓았다. 주변의 86개 피규어 사이에서 3cm짜리가 가장 작은데, 존재감은 가장 컸다.

묘한 기분이었다. 이걸 사길 잘했다는 확신.

잠자리에 누웠다.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내일도 게이트를 돌아야 한다. E급 세 개면 대충 5만 원. 이번 달 공과금은 그걸로 커버하고—

생각이 흐려지면서 잠이 들었다.

새벽 3시.

어둠 속, 책상 위 선반.

87개의 피규어가 고요히 서 있는 그곳에서.

은발 기사의 눈꺼풀이 떠졌다.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작은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3cm의 시선이, 잠든 도윤의 얼굴 위에서 멈추었다.

"......"

그리고 다시, 고요.

본 콘텐츠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